『맞벌이의 함정』 읽고쓰기

새벽에 글 쓰는 건 다음날 스케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조용한 새벽은 글쓰기보단 써논 글을 읽으면서 고치는 게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커피처럼 아직 따끈할 때 해야 한다. 가슴이 식은 후 머리로만 쓴 글은 식은 커피처럼 화학성분은 같지만 다른 존재가 된다. 그래서 급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제목은 『맞벌이의 함정』이다. 자극적이라 집어 들게 만들긴 좋지만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부제인 「중산층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이다. 맞벌이로 더 많은 수입을 올려 중산층을 유지하기가 더 유리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중산층의 파산을 설명하는 이론은 몇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것이 「가정이 자신의 지불능력 이상으로 사치성 소비와 오락적 소비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이다. 이런 과소비신화의 장점은 우리의 직관에 잘 들어맞다는 거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기에 적당하기에 기업과 정부도 환영한다. 게다가 명품이 가득한 백화점을 쇼핑하는 아줌마를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쥬얼하기 때문에 미디어에게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직관에 반하는 진실이 많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저자들은 사치품보다는 필수품에 나가는 돈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재정적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 책은 맞벌이부부가 이전 세대의 외벌이부부보다 더 불안하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오늘날의 평균적인 4인 가족은 70년대 초의 4인 가족보다 많이 사지만 소비하는 금액은 비슷하다. 제조비용은 하락했고 내구성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엔 존재하지 않던 DVD와 컴퓨터, 홈시어터와 카오디오같은 것들이 등장했지만 다른 지출항목이 준 것에 비하면 증가분이 초과하진 않는다. 다른 부분에서도 상쇄 효과가 있어서 항공여행에 돈을 쓰지만 드라이클리닝에는 적게 쓴다. 전화료는 많이 쓰지만 담배는 적게 핀다. 애완동물에는 많이 쓰지만 카펫에는 적게 쓴다. 결국 소비는 이들의 자료를 참고하면 비슷하다.

문제는 유동성이 없는 고정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취업과 가계신용대출의 확대는 교외주택, 고급 유아교육, 대학교육 등에 대한 중산층 가정의 입찰경쟁을 격화 시켰다. 대출과 여성취업으로 실탄을 든 사람들이 수요를 늘리고 입찰전쟁을 벌이자 그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오른 교외주택, 육아교육, 탁아, 대학교육을 중산층 생활의 필수품으로 만들었고 이들은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이 되었다. 그래서 절대수치로는 75%를 더 벌면서도 고정비를 지출하고 남은 재량적 소득은 얼마 안 된다. 그러기에 그 가정은 안전망을 상실했다. 부부 중 누군가의 실직, 가족 중 누군가의 사고 같은 일을 가정은 버텨내지 못한다. 게다가 직업의 안정성은 낮아져 해고가 일상시 되었다.

그 결과 외줄타기 중산층 생활이 탄생했다. 미래의 자원까지 모조리 당겨써야 중산층에 겨우 한 발 걸칠 수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다시는 올라올 수 없다. 다운 시프트는 의미가 없다. 중산층은 사치 때문에 파산 하는 것이 아니라 줄일 수 없이 가득한 고정비용 중에서 암에 걸리고 교통사고가 나고 이혼하고 해고당하기 때문에 고정비용조차도 감당 할 수 없게 되어 나가 떨어지는 것이다.

호환마마보다 교통사고보다 죽어서 지옥간다는 말보다 이 책이 더 무섭다.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 했으니 해답도 가지고 있긴 하다. 이름이 「재정 소방훈련」이다. 하지만 조류독감이나 재선충 퇴치 방법처럼 치료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몇 가지 팁이 있을 뿐이다. 고정비용을 줄이고 한쪽 소득이 없을 때의 생활을 준비해보고 비상대책을 새워본다. 상식적인 대답일 뿐이다. 획기적인 게 없나하고 찾아보는데 그 중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자녀 안 갖기 해법이다.

「개별 가족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는 품질보증서 없는 고가의 소비 품목과 같다. _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반박할 수가 없다. 아이는 그저 메르세데를 사는 것처럼 계산할 수가 없다. 아이는 아토피에 걸릴 수도 있고 국립대학에 못가 사립대학에 보내야 할 수도 있고 사고 쳐서 16살에 부모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는 거기에 대한 예산을 새우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의 전체 가치를 알게 되기 훨씬 전에 자녀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서약한다. 그리고 그 서약은 부모의 나머지 생애 전체의 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에게 근사한 교육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강남에서 사는 것인 한 모기지론이라는 파멸은 계속 된다. 프리스쿨이 가정의 책임인 한 부모들은 전투를 계속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을 느낀다면 마음이 원하는 그대로 하기를 바란다. 당신은 집을 잃을 수도 있고 파산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부모가 될 때의 기쁨이 그런 재정적 고통을 이겨내기를 바란다.」라고 아이를 가진 엄마인 두 저자는 말한다. 가슴 아프다.

미국에서는 오래된 차가 흔하지만 우리나라엔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 차를 타고 다니는 이유는 휴대폰을 갈아 치우는 이유와는 조금 다르다. 기름값 등을 포함한 유지비가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많이 든다. 그런 유지비를 감당 할 수 있는 사람만 차를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헌차는 갈 때가 없다. 나도 95년 식 엑센트를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걸 굴리다간 파산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도 그렇다. 복지가 잘되어 있는 스위스나 북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미국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건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드는 일이다. 나는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중산층에 대한 이야기로 역자 후기에 '붉은 여왕 이론'이 나온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세계'는 끊임없이 뛰어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아무리 힘껏 달려도 주변 환경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앞서 나갈 수 없다. 사람들이 뛰는 속도만큼 세상도 빨리 움직인다면, 달리기를 멈춘 사람은 곧바로 뒤처질 것이다. 이것만큼 지금의 중산층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비유는 없는 것 같다.



ps. 너무 길어 좀 줄였습니다-_-;

덧글

  • mat 2006/02/25 03:34 # 삭제 답글

    미국과 한국은 실제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위에 말씀하신대로 좀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교외쪽으로 급속하게 인구가 빠져 나가는 형편이고...
    프리스쿨등에 한달에 60만원짜리면 그리 비싼편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60만원짜리라면 거의 종일반입니다. 좀 더 괜찮은 곳이라면 1000불은 기본입니다. 그냥 아이 데이케어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 아이는 일주일에 3번 한번에 3시간씩 보내는데 200불 밖에 안합니다. 수업 참관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을 선생님이 가르쳐 주더군요.
  • mat 2006/02/25 03:34 # 삭제 답글

    미국 가정의 수입이 한국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을 생각하시면, 한국에 비해서 그리 비싼 편이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이 미래를 대비하기 힘든 수입/지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연금이나 보험 등을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소셜 시큐리티에 대한 세금을 내는데 어느 정도의 세금을 냈느냐에 따라 나중에 받는 혜택이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장이 죽었을 경우 유가족이 한달에 받는 액수 등등이 달라지죠. 보험도 마찬가지고요. 세이빙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런식을 방책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가지 방법은 집을 사서 에퀴티를 축적하는 건데, 이미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 들고 있어서 이제는 힘든 일이지요.
  • 엄마쟤흙먹어 2006/02/25 03:51 # 답글

    mat

    미국은 제 생각하고 좀 다르긴 하군요. 한국보다는 나은 듯하네요. 한국은 큰일입니다. 세계최저의 출산율에는 이유가 있는거지요...
  • 덧말제이 2006/03/07 00:34 # 답글

    에구... 씁쓸하네요. 그만큼 현실이라는, 마음에 와닿는 느낌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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