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 시험을 쳐 본 사람은 다 안다.
아니 모의고사라도 한 번 쳐 본 사람은 안다.
텝스가 얼마나 살 떨리는 시험인지.
정규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토종 한국인으로서 나쁘지 않은 토익 성적에 토플에도 발 한 번 담궈봤던 나지만, 텝스는 또 다른 세계였다.
일단 엄청난 스피드가 필요하다.
텝스시험 중에 시간은 50마일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게 되면 폭발하는 키아누리브스의 그레이 하운드처럼 미친듯이 달린다.
마킹시간 포함 15분, 주어진시간 동안 보카 50문제를 풀어라는 건 「슥.. a번.. 슥.. c번..」이런 느낌으로, 푸는사람의 입장에서는 체감 마킹 속도가 3일 굶은 햄스터가 해바라기씨를 입에 쑤셔넣을 때의 햄스터의 손놀림이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40문제를 마킹포함 45분에 풀어야하는 rc는 처음엔 반도 못 풀었었다. 조금 요령이 붙고 나선 찍고 넘어가는 문항이라도 좀 줄여보고자 보기만 보고 푼 적도 있다. 지금에도 본문을 절반이상 읽고 나면 시간이 모자라다.
게다가 생활 속의 영어를 추구하는 텝스는 어휘가 토익처럼 어느 정도 한정되어있지 않아서 별별 숙어와 단어가 다 나온다.
토익이 "그녀는 참 본받을만해" 라면 텝스는 "그녀의 행실은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해." 정도랄까.
게다가 해설을 읽어봐도 이게 왜 답인지 모를 문제들도 적지 않다.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는 클레임을 걸어봐도 그래서?? 어쩌라고?? 싫으면 오지 말든지 정도의 대답정도나 나올까. 방법이 없다 그냥 풀어야한다.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지우면서 최대한 빨리 풀어야하는(적어놓고 봐도 살떨린다.) 텝스는 연습문제를 풀 때도 시간을 재면서 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가장 모의고사가 절실한 게 바로 텝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 범 국민적 영어시험인 토익에 비하면 시장이 작은 텝스는 그닥 많은 문제집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때문에 월간텝스가 유명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한 달에 모의고사 하나씩은 꼬박꼬박 출판해 주니까.
하지만 한 달에 모의고사 하나 풀어서 점수 받겠다고 하면 이것은 도둑놈 심보. 따라서 더 많은 문제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 때문에 월간텝스 과월호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지도...
그래서 요번에 구입한 게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 최신기출 1000 라는 긴 이름을 가진 넥서스의 모의고사 모음집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가격이다. $,.$
총 5회의 모의고사가 들었는데 가격은 28000원, 월간텝스가 1회에 9900원이고 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넥서스의 또 다른 기출문제집에 비해서도 저렴하다.
문제집 이야기를 하면서 문제의 퀄리티가 아니라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서울대에서 문제를 받아서 책을 만드는 현재의 텝스 시장에서는 학생에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제목자체가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 문제라는 걸 강조하려고 커다랗게 적어 놓았으니.
수능 모의고사처럼 재생지에 시커멓게 인쇄되어도 좋으니 문제만 많으면 좋겠지만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
디자인은 실용서 출판에 경험이 많은 넥서스답게 과하지도 또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깔끔하다.
텝스도 달이 거듭될수록 유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듯한데, 넥서스는 2009년 8월 출판으로 최신유형의 문제를 수록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도서정가제에 걸리는 부분은 안타깝지만ㅠㅜ)
다음 텝스 시험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사실 이 책을 끝으로 텝스 책을 더 이상 안 사게 되는 것 그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텝스 책을 사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과연 시험 날 한번 두고 봐야겠다:)
# by | 2009/09/02 15:10 | 읽기 | 트랙백 | 덧글(0)






